이 책을 알게 된 건 유튜브 매불쇼를 통해서이다.
일제강점기 기간 이름 모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그 시대상을 접하는 것이 다였다.
1945년 해방된지 100년이 채 되지 않고 아직 강제 징용의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도, 일제 쌀 수탈을 수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취임하는 상황이다. 기록된 역사도 왜곡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마저 기록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나라를 잃는 슬픔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실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지역, 아직도 그 지역에 살고 있는 후손 분들의 흔적을 기록한 책들이다. 책머리에
고백하건대
나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역사였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시간을 살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전 세계에 보석처럼 박혀
민족의 등불이 된 현장을
제대로 기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는 기록할 때 역사가 될 수 있지 않나.
나 역시 같은 삶을 살았으나 저자는 기록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잊혀가는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보물이다.
"뭉우리돌의 바다"편은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에 있는 독립운동가의 흔적들과 개화기 및 일제강점기 시절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국에 이주하면서 노예는 아니지만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던 조상들의 흔적, 그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독립을 위해 임시정부로 성금을 모아 전달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멕시코편에서는 애니깽(우리말로 용설란) 농장의 이야기를 해준다. 멕시코 메리다시에는 한인이민사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작가는 관장에게 김영하의 "검은 꽃" 소설을 받고, 그날 밤늦게까지 읽은 소감을 이야기해 준다. 유명한 소설가의 유명한 작품인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멕시코 이민사를 다룬 소설인 줄은 몰랐다.
스스로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뭉우리돌 책 시리즈, 검은 꽃 두 책 모두 내가 알아내지 못한 책들이다. 전공 서적들은 출판사 사이트나 서점에서 무슨 책이 있는지 숱하게 찾아 보면서, 이런 책들은 알아보지 못했다.
쿠바편은 멕시코편에 이어 한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쿠바까지 이동해 왔는지 알려준다. 당시 멕시코에서의 애니깽 산업의 쇠퇴로 쿠바의 사탕수수 재배 농장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책은 이렇게 이주한 한인 노동자들의 후손과 그 가운데 일제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선조들의 노력과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 후손들의 사진을 기록해 간다.
이 책을 통해 인도, 멕시코, 쿠바에서도 선조들은 독립운동을 했으며, 독립이 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뭉우리돌의 들녘"은 러시아와 네덜란드에서의 독립운동의 흔적을 담은 책이다. 그러나 책의 대부분은 러시아에 할해되어있다. 우리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역사시간에 배운 주요 독립운동 장소중 만주, 연해주 일대가 있다. 당연하게도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그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일제에 의해 폐허가된 신한촌 이야기를 해준다.
신한촌은 개척리에서 쫓겨난 한인들이 아무르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마을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1911년 초여름까지 1,500여 명의 한인이 이주하여 1915년 1만 명이 거주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1919년 3월 17일 만세운동을 하고 '노인동맹단'을 결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노인동맹단'에서 강우규 의사를 경성에 파견 서울역 앞에서 조선총독부 3대 총독에게 포탄을 던지고 체포가 되는 이야기를 기술해 두었다. 강우규 의사 혹시 서울역.. 하고 검색해 보니 추측이 맞았다. 서울역에 있는 동상의 주인공이 강우규 의사이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도 여섯 사람을 거치면 아는 사람이 된다는 법칙이 있는데, 독립운동가의 흔적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1917~1922년 러시아의 적백 내전에 휘말리며 일본이 블라디보스토크에 군대를 상륙시키게 된다. 이후 1920년 4월 5일 밤 기습적으로 신한촌을 습격하여 주변 지역으로까지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며, 한인 사회 기반을 뿌리째 뽑아버린다. 4월 참변으로 일컬어지며, 간도 참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묶어 일본이 국외에서 저지른 '3대 한인 학살'로 불리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 시간에는 3.1 운동, 간도 참변, 임시정부 수립, 윤봉길·이봉창 의사의 의거, 2차 대전 일본의 항복으로 독립. 이렇게 단편적인 사건만을 다룬다. 그리고 그 사건의 순서 의의만을 외우고 시험 볼 뿐이다. 이야기 없이 단순 암기만을 하니 역사 교육이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아직도 우리나라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매국노들이 설치는 것 아닐까?
우리가 이 땅에 살아가는 명분을 가르쳐주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 명분을 잃게 되면, 우리는 이 땅에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시대 우리 민족이 겪었던 고통뿐 아니라. 나라 없이 살던 유대인이 2차 대전 시기 나치에 의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고 있다면, 역사에 관심을 가져 아하는 이유로 충분히 설명이 될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은 단순히 독립운동가의 후손, 독립운동 장소등을 찍은 사진첩이 아니다. 책에 실린 사진을 찍으러 가는 여정, 찍은 장소에 담긴 이야기, 찍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책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는 명분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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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우리돌의 들녘 | - 교보문고
뭉우리돌의 들녘 |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사로잡혀 2017년부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사적지를 직접 찾아가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있는 김동우 작가. 취재는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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